체념의 단락-下 W. 이소루 “매그너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불길할 정도로 새까만 아울의 팔이 월록의 복부를 꿰뚫은 채 기묘한 각도로 비틀려있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샛노란 캣츠 아이는 고통으로 흐려져 허공 어드메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매그너스, 안 돼. 그의 몸을 관통하던 아울이 한 줌 먼지로 흩어지...
체념의 단락-上 W. 이소루 “Without him, I am nothing." 알렉산더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웅웅 거렸다. 어린 네필림에게 그의 파라바타이는 가족이었고, 또 다른 자신이었으며, 같은 길을, 같은 삶을, 같은 신을, 같은 죽음을 약속한 사람이었다. 반면 자신은 그를 위해 같은 길을 걸을 수도, 같은 삶을 살 수도, 같은 신을 섬길 수도, 같...
오 토르, 나의 고아한 황제여. 파란 눈이 붉게 물드니 그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 아마 폐하께선 필생에 알지 못하겠지요. - “로키, 또 혼자 무얼 하고 있는 게냐.” “아, 별거 아냐. 그냥, 곧 폐하의 탄신일이잖아. 약소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지.” “그리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너마저 나를 폐하라 칭한다면 도대체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겠느냐....
아마 발할라에는 가지 못하겠지. 로키가 자조했다. 우주의 진실들이 응축된 보석이 굳게 박혀있는 건틀렛은 그가 지닌 가치에 비해 퍽 가벼웠다. 녹슬어버린 누런 동 위에서 제각기 색을 내는 보석들은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너무 큰 힘을 지닌 광물이었다. 테서랙트가 지닌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느꼈던 로키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커다란 건틀렛을 보며 복잡한 한숨...
싸늘한 나의 천사 W. 이소루 헤라는 멍청하다. 왜 그렇게까지 고생을 하며 제우스를 옆에 두려고 했을까. 토르는 이렇게 쉬이 내 품에 안겨 들어오는데. 아아, 멍청하고 어린 우리의 헤라. - 10년만의 재회는 더러웠다.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찬란하게 빛났던 시간은 너무 짧았고, 1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나의 것이었던 토르는 이미 타인의 사람이...
이길 수 없는 나 W. 이소루 간밤의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아침부터 토기가 치밀어 올라 입을 틀어막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두꺼운 이불이 휙 들추어지며 볼폼없이 바닥으로 말려들어갔다. 서늘한 겨울의 아침공기에 발끝은 저절로 곱아 들어갔고, 짧은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에는 소름이 끼쳤다. 찬 빵덩어리를 급하게 삼키다 턱, 걸려버린 것처...
12월 24일 밤 11시 59분 W. 이소루 인간들은 참 신기했다. 성탄절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들 상기된 얼굴로 선물을 준비하고, 집안을 꾸미고, 노래를 부르며 길거리를 녹색과 붉은색으로 가득 메웠다. 평생토록 자신을 따라다닌 두 색이 보기 좋게 뒤엉켜 가로수들과 건물들을 장식한 광경을 보는 것은 퍽 즐거웠다. 가지런히 묶은 머리 아래로 차가운 바람이 목을 ...
너의 종말 W. 이소루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네가 왜 그곳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믿기지 않는 상황에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마른 몸에 걸친 전투복도, 흐트러진 까만 머리도, 눈처럼 창백한 피부도 전부 너였다. 그렇지만 너는, 로키는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되었다. 미드가르드에 다시는 내려오지 않겠다며 이를 갈던 네 모습이 여전히도 선연한데,...
스네른/로키른 위주 글쟁이. DROMP/ND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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